전통 소주를 만드는 항아리와, 바닷가 정유공장의 거대한 탑. 전혀 상관없어 보이지만 사실 둘은 똑같은 원리로 움직여요. 바로 증류입니다. 오늘은 이 증류 원리를 소주와 석유로 쉽게 풀어 볼게요.
증류 원리, 한 문장으로 말하면?
“끓는점이 다른 물질은 다른 온도에서 먼저 증발한다.” 이게 전부예요.
섞여 있는 액체를 데우면 끓는점이 낮은 물질이 먼저 김이 되어 올라가요. 이 김을 따로 모아 식히면 그 물질만 진하게 모인 액체를 얻을 수 있죠. 이렇게 데우고 → 증발시키고 → 다시 식혀서 모으는 것이 증류입니다.
소주는 어떻게 증류할까?
술의 알코올(에탄올)은 약 78℃, 물은 100℃에서 끓어요. 그래서 막걸리 같은 발효주를 데우면 알코올이 물보다 먼저 증발합니다.
전통 방식에서는 소줏고리라는 도구를 써요. 아래에서 술을 끓이면 김이 올라가고, 위쪽의 차가운 뚜껑에 닿아 다시 물방울이 되어 흘러내려요. 이걸 받으면 알코올 도수가 높은 증류식 소주가 됩니다.
참고로 마트에서 흔히 보는 초록병 소주는 희석식 소주예요. 공장에서 증류로 아주 진하게 만든 알코올(주정)에 물과 감미료를 섞어 도수를 맞춘 거죠. 결국 이것도 시작은 증류입니다.
석유는 어떻게 증류할까?
땅에서 뽑은 원유는 수많은 물질이 섞인 검은 액체예요. 정유공장은 원유를 350℃ 이상으로 뜨겁게 데운 뒤 높은 탑에 넣어요. 그러면 끓는점에 따라 탑의 높이별로 다른 제품이 나옵니다.
| 탑의 위치 | 나오는 제품 | 특징 |
|---|---|---|
| 맨 위 | LPG | 가장 가볍고 끓는점이 낮음 |
| 위쪽 | 나프타, 휘발유 | 플라스틱 원료, 자동차 연료 |
| 중간 | 등유, 항공유 | 난로, 비행기 연료 |
| 아래쪽 | 경유 | 트럭, 디젤차 연료 |
| 맨 아래 | 중유, 아스팔트 | 가장 무겁고 끓는점이 높음 |
소주를 만들 때 알코올을 위로 뽑아내듯, 정유공장도 가벼운 것은 위로, 무거운 것은 아래로 나눠 뽑는 거예요. 지난 글의 프로판과 프로필렌도 이런 증류로 나눕니다.
같은 원리인데 뭐가 다를까?
| 구분 | 소줏고리 | 정유공장 증류탑 |
|---|---|---|
| 방식 | 한 번 끓여서 한 번 모음 | 탑 안에서 수십 번 반복 |
| 운전 | 한 솥씩(회분식) | 24시간 쉬지 않고(연속식) |
| 나오는 제품 | 1가지 | 여러 가지를 동시에 |
핵심 차이는 반복 횟수예요. 소줏고리는 증류를 한 번 하지만, 증류탑 안에는 선반 같은 칸(단)이 여러 층 있어서 올라가는 김과 내려오는 액체가 층마다 만나요. 칸 하나하나가 작은 소줏고리 역할을 해서, 탑 하나로 증류를 수십 번 한 효과를 냅니다.
💡 현직 엔지니어 시선
증류를 아무리 반복해도 알코올을 100%까지는 못 만들어요. 알코올과 물은 약 95% 근처에서 두 물질이 같은 비율로 함께 증발하는 지점이 있거든요. 이걸 공비점(共沸點)이라고 해요. 그래서 더 순수한 알코올이 필요하면 증류가 아닌 다른 방법(흡착 등)을 함께 씁니다. 실제 공정 설계에서는 이런 “증류로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첫 단계예요.
3줄 요약
- 증류는 끓는점 차이를 이용해 섞인 물질을 나누는 방법이에요.
- 소주는 알코올(78℃)과 물(100℃)을, 정유공장은 원유 속 여러 물질을 같은 원리로 나눠요.
- 차이는 반복 횟수예요. 증류탑은 칸마다 증류를 반복해서 한 번에 여러 제품을 뽑아냅니다.
다음 글에서는 공장에 우뚝 서 있는 증류탑의 내부를 들여다볼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