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점이 거의 같은 두 물질을 분리하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울까

지난 글에서 증류탑은 끓는점 차이로 물질을 나눈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럼 끓는점이 거의 같은 두 물질은 어떻게 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나눌 수는 있지만, 탑이 엄청나게 높아져요. 오늘은 그 이유를 상대휘발도라는 개념으로 쉽게 풀어 볼게요.

끓는점이 비슷하면 왜 어려울까?

섞인 액체를 끓이면 끓는점이 낮은 물질이 김으로 더 많이 올라가요. 하지만 끓는점이 높은 물질도 조금은 같이 올라갑니다. 증류는 “한쪽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한쪽이 조금 더 올라가는 것”이에요.

끓는점 차이가 크면 한 번에 확 나뉘지만, 차이가 작으면 김과 액체의 성분이 거의 비슷하게 나와요. 그래서 조금씩 나뉘는 과정을 아주 많이 반복해야 합니다.

상대휘발도란 무엇일까?

상대휘발도는 두 물질 중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몇 배 더 잘 증발하는지를 나타내는 숫자예요. 엔지니어들은 끓는점보다 이 숫자를 먼저 봐요.

  • 상대휘발도 2 이상: 꽤 잘 나뉘어요.
  • 상대휘발도 1.1 근처: 아주 어려워요.
  • 상대휘발도 1: 두 물질이 똑같이 증발해서 증류로는 못 나눠요.

예를 들어 프로판과 프로필렌은 끓는점이 약 6℃ 차이로, 상대휘발도가 1.1 안팎이에요. 업계에서 손꼽히는 “나누기 어려운 짝”입니다.

숫자 차이가 탑 높이를 얼마나 바꿀까?

두 물질을 각각 99% 순도로 나눈다고 할 때, 이론상 필요한 최소 칸 수를 계산해 보면 이렇습니다. 실제 탑은 보통 이보다 2배 정도 칸이 더 필요해요.

상대휘발도최소 칸 수(이론)느낌
2.5약 10칸소형 탑으로 충분
1.5약 23칸보통 탑
1.2약 50칸꽤 높은 탑
1.1약 96칸공장에서 가장 높은 탑 중 하나

상대휘발도가 2.5에서 1.1로 줄었을 뿐인데, 필요한 칸 수는 약 10배가 돼요. 증류탑 이야기에서 말한 “층이 많은 아파트”가 정말 고층 빌딩이 되는 거죠.

증류가 너무 어려우면 다른 방법은 없을까?

있어요. 끓는점이 아닌 다른 차이를 이용하는 방법들이에요.

방법이용하는 차이쉽게 말하면
추출 증류다른 물질과의 친한 정도한쪽만 붙잡는 용매를 넣어 차이를 벌림
흡착분자의 크기, 모양특정 분자만 붙잡는 구멍 많은 알갱이 사용
막 분리통과하는 속도아주 촘촘한 체로 거르기
결정화어는점한쪽만 먼저 얼려서 건져 내기

다만 이런 방법들은 처리량이 작거나 비용이 많이 들 때가 많아서, 대량 생산에서는 여전히 높은 증류탑이 가장 흔한 답이에요.

💡 현직 엔지니어 시선

끓는점이 비슷한 물질을 나누는 탑은 꼭대기와 바닥의 온도 차이도 작아요. 엔지니어들은 이 점을 거꾸로 이용합니다. 꼭대기에서 나온 김을 압축해서 온도를 살짝 올린 뒤, 그 열로 바닥을 다시 끓이는 거예요. 이걸 열펌프 증류라고 하는데, 에너지를 크게 아낄 수 있어서 이런 “어려운 탑”에 자주 쓰여요. 어려운 분리일수록 에너지를 아끼는 아이디어가 더 중요해집니다.

3줄 요약

  1. 증류는 한쪽이 “조금 더” 증발하는 걸 반복하는 거라, 끓는점이 비슷하면 반복 횟수가 크게 늘어나요.
  2. 상대휘발도가 2.5에서 1.1로 줄면 필요한 칸 수는 약 10배가 돼요.
  3. 추출, 흡착, 막 분리 같은 대안도 있지만, 대량 생산에서는 여전히 높은 증류탑이 주로 쓰여요.

다음 글에서는 우리가 숨 쉬는 공기에서 산소, 질소, 아르곤을 어떻게 뽑아내는지 알아볼게요. 이것도 증류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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